치비타스 제157호 Editorial

Ave Maria Immaculata

사랑하올 형제여러분,

6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의 성월입니다. 사람이 되신 천주의 사랑은 주님의 성심으로 상징되지만, 성심의 가장 큰 사랑의 걸작은 성체입니다.

구약 시대에 성체성사를 예고하는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브라함이 도살하려 했던 아들, 이삭’ 이나 ‘대사제 멜기세덱이 바친 빵과 포도주’ 또는 ‘파스카(유월절)의 어린양’ 등이 그것입니다. 

구약시대, 모세가 약속의 땅까지 광야를 걸어서 떠돌아다닐 때 주님은 하늘에서 만나를 내려 백성에게 주셨습니다. 성체는 천국을 향해 순례하는 우리 나그네를 위해 하늘에서 내리는 양식이기도 합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성체성사 축일의 세쿠엔티아(sequentia)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보라, 천사들의 빵을 보라. 나그네의 양식이 된 빵을 보라. 이것은 바로 아이들의 빵이니 개에게 던져서는 안 된다.” 바로 천주의 자녀들이 먹는 양식입니다. 

왜냐하면 성체는 삼위일체의 두 번째 페르소나, 천주의 독생자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분명하게 예고하셨습니다. “내 살은 진짓 먹을 것이요 내 피는 진짓 마실 것이니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게 거하고 나도 저에게 거하며 마치 생활하시는 성부 나를 보내시매 내가 성부를 말미암아 삶 같이 나를 먹는 자도 나를 말미암아 살리라.” 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 이것은 조상들이 먹은 만나처럼  먹고도 죽는 그런 빵이 아니라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성체예고를 들었을 때, 사람들의 태도는 빛을 거부하든지 믿든지 둘 중 하나였습니다. 빛을 거부한 사람들은 떠나갔습니다. 그 때 주님은 ‘내가 말한 것은 비유다 그래서 상징이다.’ 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붙잡아 두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은 사람들이 어떻게 당신의 피와 살을 주시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설령 사람들이 식인연회라도 열지 않을까 생각했을지라도 예수님은 결코 취소하지 않으셨습니다. 한 치의 양보도 하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최후의 만찬 때, 즉 첫 번째 미사 성찬식에서 사도들은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는 것을 보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생명의 빵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성변화의 말씀으로 빵이 진정 그리스도의 몸이 되고,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피가 된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성 바오로는 분명하게 말씀합니다. “우리가 축성하는 축성의 잔은 이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과 일체됨이 아니뇨? 우리가 떼는 면병은 이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과 일체됨이 아니뇨?”  (코린토 전 10:16). “그러므로 누구든지 합당치 않게 이 면병을 먹거나 주의 잔을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의 죄인이 되리라”(코린토 전 11:27). 

 

교회초창기의 1세기부터  6세기까지만 봐도 적어도 63명의 교부들이 성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몸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지면상 이들을 다 열거할 순 없지만, 대표적인 예를 들면 1세기 안티오키아의 성 이그나티우스, 2세기 순교자 성 유스티누스,  3세기 오리게네스, 4세기 예루살렘의 성 치릴로, 5세기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있습니다.

개신교의 자유주의 성경 해석이 탄생하기까지 1500년 동안 교회는 성체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분명하게 실재하는 존재로 이해하고 그대로 믿어왔습니다. 세상은 결코 이에 대한 의심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성체성사가 제정된 이유

성체성사가 제정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성체 축일에 외우는 성무일과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천주의 독생자는 우리가 당신의 천주 본성의 참례자가 되기를 바라시며 우리 사람의 본성을 취하셨다. 그것은 천주가 사람이 되어 사람들이 천주가 되게 하기 위함이다.” 

성육신의 목적은 사람 천주께서, 즉 천주께서 사람이 되신 목적은 우리 사람을 천주답게 하기 위해서, 천주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기 위해서,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생명을 우리에게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늘의 생명을 우리가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예수님은 당신의 몸으로 우리에게 먹이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진실히 진실히 너희게 이로노니 너희가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또 그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게 생명을 얻지 못할 것이요.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얻고 나 또한 끝날에 저를 부활케 하리니” (요왕 6:54)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랑의 계획입니다.

성체거동

예수 그리스도 사랑의 성사를 기리기 위해 천주교회는 성체거동을 합니다. 성체거동은 성체가 정말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에 대한 논리적인 결론입니다. 개신교도들은 ‘아, 그것은 이상한 이야기야, 누가 그런 말을 곧이듣겠어?’라고 옛날에 예수님의 성체예고를 믿지 않았던 유대인들과 비슷한 말을 합니다. 그때 그들은 ‘빵은 예수님 몸의 상징이다. 비유다. 빵이라는 것의 의미가 바뀌는 것이다.’ 등등의 말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진짜 몸이라고 분명히 공포했습니다. 1551년 10월 11일 트리엔트 공의회 제13차 총회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습니다. “거룩한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이 숭고하고 존귀한 성체거동이  매년 정해진 축일에, 즉 성체성월에 특별한 경외심을 가지고 엄숙히 거행되는 관습, 즉 성체가 거리와 공적인 장소에서 예의 바르고 명예롭게, 행렬로 봉헌되는 관습이 지극히 종교적이고 경건하게 천주교회에 도입되었으므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보통의 방식이 아닌 특별한 방식으로 마음의 구세주이자 구속주이신 주님께서 죽음에서 승리하신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하늘의 은혜에 대해 감사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음을 증거하기 위해 거룩한 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지극히 합리적이다.”

성체조배에서 예수님은 왕으로서 우리를 축복해 주시기 위해 우리 마음에 오십니다. 성체 거동에서는 예수님께서 천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공동체를, 사회를, 축복하시고, 은혜로 가득 채우기 위해 행차하시고, 걸어가시며, 순례하시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10월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 왕 첨례일과 성탄절에 성체거동을 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이 행렬을 보게 된다면 천주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주님은 반드시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예를 들면, 1836년 프랑스의 디종이라는 곳에서 태어난 유대인 쌍둥이 형제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 고아가 되어 리옹에 사는 아주 부유한 유대인 삼촌과 이모에게 키워졌습니다. 어느 해 리옹에서 성체거동을 할 때였습니다. 주변에서 노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창문을 통해 보니 무슨 행렬입니다. 이 아이들은 가정부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천주교 신자였던 가정부는 성체거동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아이들은 18살 때 가톨릭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24세에 가톨릭 사제가 된  쌍둥이 형제, Joseph (1836~1915)신부와  Augustin Lémann(1836-1909) 신부입니다. 가톨릭을 반대하는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성체거동의 은총으로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루르드에서 병든 사람이 치유되는 것도 대부분 성체거동 중에 성체축복을 받을 때입니다.

오늘날, 안타깝게도 새미사로 인해 가톨릭교회가 늘 해오던 성체에 대한 신심이 매우 경시되고, 성체를 함부로 대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손으로 서서 성체를 모시는 성체조배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무관심과 냉담함이 퍼져나가면서 예수님 성체의 사랑에 대한 은혜에 망각과 모독으로 기워 갚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17세기(1673-1675년) 프랑스의 팔레 르 모니알이라는 수도원에서 성녀 말가리타 마리아 알라코코에게 당신의 성심을 보여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성심을 보라. 나의 마음은 사람들을 사랑하여 모든 것을 아끼지 않았고, 사랑을 증거 하기 위해 기꺼이 불태우며 희생했다. 그런데 그 보답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랑의 성심에 대하여 무례와 모독, 냉담과 경멸로 인해 은혜를 잊어버린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더욱이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마땅히 나를 위해 헌신해야 할 성직자들의 마음이 나를 그렇게 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성체축일  제8일 후 금요일을 나의 성심을 공경하는 특별한 파공으로 삼을 것을 너희에게 요구한다. 그 날에는 성체성사를 받고, 장엄한 행위로 성체에 대한 보속을 하며, 이것은 성체가 제단에 현존하는 동안 받는 모욕을 씻기 위함이다. 나는 이렇게 성심을 공경하고 또 성심을 공경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내 성심의 성총이 널리 베풀어질 것을 약속한다.”

그러므로 사랑하올 형제 여러분, 우리는 성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항상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고 새롭게 하여, 성체성사의 성총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합시다.

"오 성체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성총이여! 이는 그리스도 신자만이 아는 것이이요, 외교인들과 죄의 종된 그들은 체험해 볼 수 없는 것이니이다.  이 성사는 신령한 성총을 주시고 영혼에 잃은 덕행을 도로 주시고 죄악으로 더러워진 것을 아름답게 하나이다. 이 성총의 힘은 어떤 때는 어떻게 위대한지 풍성히 받는 신심으로 인하여 영혼 뿐만 아니라 연약한 육체도 힘을 더 많이 받는 것을 깨닫게 되나이다" (준주성범).

오노다 토마스 신부

한국성비오10세회 주임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