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비오 10세 교리문답

고해성사(2)

통회

36. 문: 죄를 통회함이란?

답: 죄를 통회함이란 영혼의 비탄과 천주께 가해진 모욕을 몹시 지겨워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37. 문: 통회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가?

답: 통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으니, 상등통회와 하등통회이다.

38. 문: 상등통회란?

답: 상등통회는 천주께서 한없이 선하시고 그 자체로 사랑받아 마땅하신 고로, 천주를 모욕한 것에 대한 영혼의 비탄이다.

39. 문: 통회의 슬픔을 상등통회라고 하는 이유는?

답: (1) 자신의 이익이나 손실을 생각지 않고 천주의 선하심만을 생각하고, (2) 죄를 고명할 의무가 아직 남아있음에도 즉시 죄 사함을 얻게 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이유로, 통회의 슬픔을 상등통회라고 한다.

40. 문: 그렇다면 상등통회는 고명과 상관없이 죄 사함을 얻어 주는가?

답: 상등통회는 고명과 상관없이 죄 사함을 얻어 주지는 못하니, 언제나 그 죄를 고명할 의향을 품고 있어야 한다.

41. 문: 상등통회가 천주의 성총을 회복시켜 주는 효험을 내는 이유는?

답: 상등통회는 죄가 있는 영혼에는 존재할 수 없는 애덕에 기인하는 고로, 이 같은 효험을 낸다.

42. 문: 하등통회란?

답: 하등통회는 천주께서 최고의 심판관이심으로 해서, 즉 현세 혹은 내세에 받을 벌이 두려워하든지 죄 자체의 불결함으로 인하여, 천주를 모욕한 것을 뉘우치는 것이다.

43. 문: 참된 통회가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속성은?

답: 참된 통회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속성이 있어야 하니, 통회를 진정으로 발하고, 본성을 초월하게 하며, 극도에 달하게 하고, 모든 죄를 다 뉘우쳐야 한다.

44. 문: 통회를 진정으로 발한다 함이 의미하는 바는?

답: 말로만이 아니라 마음과 의지로 통회해야 함을 뜻한다.

45. 문: 통회를 진정으로 발해야 하는 이유는?

답: 죄 때문에 천주와 멀어진 의지가 그 죄를 지겨워함으로써 천주께로 돌아와야 하는 고로, 통회는 진정으로 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46. 문: 통회가 본성을 초월한다 함이 의미하는 바는?

답: 우리 안에서 천주 성총의 도움을 받아 신덕이라는 동기를 통하여 나타나야 함을 뜻한다.

47. 문: 통회가 본성을 초월해야 하는 이유는?

답: 향하고 있는 목적이 천주의 용서, 성화성총의 획득 및 영원한 영광을 얻을 권리와 같이 초자연적인 고로, 통회는 본성을 초월해야 한다.

48. 문: 본성적 혹은 자연적 통회와, 본성을 초월한 초자연적 통회의 차이점을 더 명쾌하게 설명하면?

답: 천주께서 한없이 선하시고 그 자체로 사랑받아 마땅하심이라든지, 천당을 잃고 지옥에 가게 됨, 혹은 죄를 본질적으로 지겨워함으로 인하여 천주를 모욕한 것을 뉘우치는 자는, 그 모두가 신앙이라는 동기인 까닭에 초자연적으로 통회하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그저 인간에 의해 가해진 불명예라든지 질책, 혹은 순전히 현세적인 손실로 인하여 뉘우치는 자는, 인간적인 동기만으로 뉘우치는 것인 까닭에 본성적 혹은 자연적으로 통회하는 것이다.

49. 문: 통회가 극도에 달해야 하는 이유는?

답: 죄라는 것이 천주를 거스르는 모욕임으로 해서 죄를 모든 악 중에서 제일 으뜸인 것으로 보고 지겨워해야 하는 고로, 통회는 더할 수 없이 극도에 달해야 한다.

50. 문: 죄에 대한 통회는, 간혹 현세의 불행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답: 자신이 범한 죄 때문에 눈물까지 흘릴 필요는 없으니, 마음속에서 그 어떤 다른 불행보다도 천주를 모욕한 것을 더 통회하는 것으로 족하다.

51. 문: 통회가 모든 죄를 다 뉘우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답: 범한 모든 대죄를 하나도 빼놓지 말고 뉘우쳐야 함을 뜻한다.

52. 문: 범한 모든 대죄를 하나도 빼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답: 대죄 하나라도 뉘우치지 않는 자는 천주의 원수로 남는 연고이다.

53. 문: 죄를 통회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답: 죄를 통회하기 위해서는 온 마음을 다하여 천주께 통회하는 마음을 달라고 청해야 함이요, 죄를 범함으로써 저지른 악이 얼마나 큰지 생각함으로써 통회하는 마음을 독려해야 한다.

54. 문: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죄를 지겨워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은?

답: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죄를 지겨워하기 위해서는 (1) 천주의 공의하심이 무한히 엄정하다는 것과 영혼을 더럽혀 지옥 영고를 받아 마땅하게 만든 죄가 얼마나 불결한지를 생각하고, (2) 죄로써 성총을 잃고 천주의 벗됨과 자식의 신분이 됨 그리고 천당의 상속자를 잃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3) 나를 위해 죽으신 구속자를 모욕했다는 것과 나의 죄가 당신의 죽으심을 초래했다는 것을 생각하고, (4) 나의 창조주이신 천주를 멸시했다는 것, 최고로 선이시요, 만유 위에 사랑받으시고 충성스럽게 섬김을 받으셔야 할 천주를 배반하였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55. 문: 고해성사를 받으려 할 때 죄에 대한 참된 통회의 마음을 가지기를 극도로 열망해야 하는가?

답: 고해성사를 받으려 할 때 죄에 대한 참된 통회의 마음을 가지기를 극도로 열망해야 하니, 이것이 모든 것 중에서 제일 중요함이요, 통회가 부족하면 고명은 효험이 없는 연고이다.

56. 문: 고명할 게 소죄 밖에 없다면, 그 모든 것에 대해 통회해야 하는가?

답: 고명할 게 소죄 밖에 없을 경우, 고명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그중 몇 가지에 대해서 뉘우치는 것으로 족하나, 그 모두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이미 범했으되 기억하고 있는 모든 죄에 대해서 뉘우쳐야 한다.

57. 문: 고명할 게 소죄 밖에 없고 그중 하나에 대해서도 뉘우치지 않으면, 고명의 효험이 있는가?

답: 고명할 게 소죄 밖에 없을 경우, 적어도 그중 하나에 대해서도 통회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그 고명은 아무런 소용이 없음이요, 나아가 통회의 마음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면 신성모독, 즉 고해성사를 모령(冒領)하는 대죄가 된다.

58. 문: 그저 소죄만을 고명하는 것이 안전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답: 그저 소죄만을 고명하는 것이 안전하기 위해서는, 이미 고백된 것이라도 과거의 중죄 몇 가지를 참된 통회의 마음을 가지고 고명하는 것도 분별 있는 일이다.

59. 문: 소회죄경을 자주 발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답: 천주의 성총을 가능한 한 속히 회복하기 위해, 특히 잠자리에 들기 전이라든지 대죄에 떨어졌음을 알거나 그런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소회죄경을 자주 발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요 매우 유용한즉, 이렇게 하면 가장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즉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 그와 비슷한 기도를 할 성총을 얻는 일이 더 쉬워질 것이다.

더 이상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결심(정개)

60. 문: 바람직한 정개를 구성하는 것은?

답: 바람직한 정개는 앞으로 죄를 범하지 않으려 하거니와 그것을 피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려는 단호한 의지로 이루어진다.

61. 문: 정개의 효험이 있기 위한 조건은?

답: 정개의 효험이 있기 위해서는 세 가지 주요한 조건이 있으니,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이며, 유효해야 한다.

62. 문: 무조건적인 정개가 의미하는 바는?

답: 무조건적인 정개란 때와 장소와 사람의 제한이 없어야 함을 말한다.

63. 문: 보편적인 정개가 의미하는 바는?

답: 보편적인 정개란 혹시 범할 수 있을 대죄는 물론이려니와 이미 범한 대죄까지도, 모든 대죄를 피해야 함을 말한다.

64. 문: 유효한 정개가 의미하는 바는?

답: 유효한 정개란 또 다른 죄를 범하기 보다는 차라리 모든 것을 잃고, 죄를 범할 위험한 기회를 피하며, 악습을 제압하고, 죄로 인하여 맺어진 채무를 변제하리라는 단호한 의지가 있어야 함을 말한다.

65. 문: 악습이 의미하는 바는?

답: 악습이란 이미 습관이 된 죄에 쉽게 떨어지는 후천적 의향을 말한다.

66. 문: 악습을 고치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답: 악습을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살피고, 기도를 많이 하며, 고해성사를 자주 받고, 좋은 지도자를 만나서 그의 권고와 구제책을 생활화해야 한다. 

67. 문: 죄를 범할 위험한 기회가 의미하는 바는?

답: 죄를 범할 위험한 기회란 자신 본성이나 나약함으로 인하여 죄를 범하게 만드는 때나 장소나 사람의 상황을 말한다.

68. 문: 위험한 기회를 극구 피해야 하는가?

답: 통상 대죄를 범하게끔 인도하고 죄가 되는 가까운 기회라고들 하는 위험한 기회를 극구 피해야 한다.

69. 문: 확실하게 죄가 되는 기회를 피할 수 없는 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 확실하게 죄가 되는 기회를 피할 수 없는 자는 그 문제를 고해신부에게 털어놓고 그 충고를 따라야 한다.

70. 문: 바람직한 정개를 하도록 돕는 성찰은?

답: 마찬가지의 성찰이 통회의 마음을 일으키는 데 효험이 있는 바람직한 정개를 하도록 도와줌이요, 이는 곧 우리가 천주의 심판을 두려워하고 당신의 무한히 선하심을 사랑해야 하는 동기를 고찰하는 것이다.

고해신부에게 죄를 고명함

71. 문: 양심성찰을 하고, 통회의 마음을 발하며, 바람직한 정개를 이룸으로써 타당하게 고명할 준비를 갖추었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 양심성찰을 하고, 통회의 마음을 발함으로써, 행실을 고치기 위해 타당하게 고명할 준비를 갖추었으면, 사죄함을 얻기 위해 고해신부에게 죄를 고해야 한다.

72. 문: 고명해야 할 죄는?

답: 대죄를 모두 고명해야 하나, 소죄를 고명하는 것도 잘하는 일이다.

73. 문: 죄의 고발이나 고명이 갖추어야 할 주요한 속성은?

답: 죄의 고발이나 고명이 갖추어야 할 주요한 속성은 다섯 가지인즉, 겸손하고, 완전하며, 정직하고, 분별 있으며, 간단명료해야 한다.

74. 문: 고명이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답: 고명이 겸손해야 한다 함은 고해자가 자신의 고해신부에게 교만하다든지 오만하지 않으면서도, 죄인으로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되 심판관 앞에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자신을 고발해야 함을 말한다.

75. 문: 고명이 완전해야 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답: 고명이 완전해야 한다 함은 제대로 된 마지막 고명이 있고 나서 범했으되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대죄를, 그 상황과 횟수까지도 모두 알려야 함을 말한다.

76. 문: 고명이 완전키 위해서는 어떤 연유를 알려야 하는가?

답: 고명이 완전키 위해서는 죄의 종류를 변하게 하는 연유를 알려야 한다.

77. 문: 죄의 종류를 변하게 하는 연유란 어떤 것인가?

답: 죄의 종류를 변하게 하는 연유는 (1) 소죄를 대죄가 되게 하는 연유, (2) 죄가 되는 한 가지 행실로 여러 가지 계명을 범하게 하는 연유이다.

78. 문: 소죄를 대죄가 되게 하는 연유의 예를 들라.

답: 스스로를 변명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그로써 남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다면, 그 연유를 고해야 함이요, 이는 참견하는 거짓말에서 나온 거짓말이 심각한 해를 끼치는 거짓말로 바뀌는 연유이다.

79. 문: 죄가 되는 한 가지 행실이 여러 가지 계명을 범하게 하는 연유의 예를 들라.

답: 성물을 훔친 경우, 7계에 해당하는 도둑질에 더하여 1계에 해당하는 신성모독까지 동시에 범하게 된 연유에 대해서도 고해야 한다.

80. 문: 고해자가 죄를 범했는지 범치 않았는지 확실히 잘 모르는 경우 그것을 고명해야 하는가?

답: 고해자가 죄를 범했는지 범치 않았는지 확실히 잘 모르는 경우 그것을 고명해할 의무는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해할 경우에는 죄를 범했는지 범치 않았는지 확실히 잘 모르겠다는 것을 덧붙여야 한다.

81. 문: 자신이 범한 죄의 횟수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 자신이 범한 죄의 횟수를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최대한 근접하게 말해야 한다.

82. 문: 건망증으로 인하여 대죄라든지 필요한 상황을 고명하지 못하는 자는 고명을 제대로 하는 것인가?

답: 건망증으로 인하여 대죄라든지 필요한 상황을 고명하지 않는 자는 충분히 공을 들여 기억하려 애썼다면, 고명을 제대로 한 것이다.

83. 문: 고명할 때 잊은 대죄가 나중에 생각나면, 다음 고명 때 그것을 고명해야 하는가?

답: 고명할 때 잊은 대죄가 나중에 생각나면, 다음 고해성사를 받을 때 그것을 분명하게 고명해야 한다.

84. 문: 수치심이라든지 다른 동기로 인하여 고명할 때 고의로 대죄를 숨기면 어떤 죄를 범하는 것인가?

답: 수치심이라든지 다른 동기로 인하여 고명할 때 고의로 대죄를 숨기는 자는 성사를 모독하는 것이요, 따라서 매우 중대한 신성모독죄(모령성체)를 범하는 것이다.

85. 문: 고명할 때 고의로 대죄를 숨긴 자는 어떤 식으로 양심을 떳떳하게 해야 하는가?

답: 고명할 때 고의로 대죄를 숨긴 자는 고해신부에게 숨긴 죄를 밝히고, 그것을 숨긴 채 몇 번이나 고해성사를 받았는지를 말하며, 이 모든 고명을 제대로 된 마지막 고명으로부터 다시 해야 한다.

86. 문: 고명할 때 죄를 숨기고 싶은 유감에 빠진 자는 고해자는 어떻게 반성해야 하는가?

답: 고명할 때 대죄를 숨기고 싶은 유감에 빠진 자는 (1) 모든 것을 보시는 천주대전에서 죄를 범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 것이요, (2) 죄 때문에 괴로워하며 살고, 불행하게 죽으며, 공심판 때 만천하에 드러나 부끄러움에 휩싸이느니 고해신부에게 남몰래 죄를 털어놓는 편이 더 나음이요, (3) 고해신부는 어기면 더할 수 없는 중죄는 물론이려니와 현세에서건 내세에서건 최고로 혹독한 벌을 받을 두려움을 면치 못하게 되는 고해비밀의 의무가 있으므로, 죄를 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

87. 문: 고명이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답: 고명이 진실해야 한다 함은 죄를 변명하지 말고, 줄이거나 늘이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털어놓아야 함을 말한다.

88. 문: 고명이 분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답: 고명이 분별 있어야 한다 함은 죄를 고백할 때 가능한 한 최대로 조심스러운 용어를 사용하되 쓸데없는 말을 섞지 말고, 남의 죄를 밝히게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을 말한다.

89. 문: 고명이 간결해야 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답: 고명이 간결해야 한다 함은 고명의 목적에 맞지 않는 쓸데없는 것을 말하지 말아야 함을 뜻한다.

90. 문: 고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죄를 고명한다는 것이, 특히 그 죄가 부끄러운 것일 때, 버거운 짐이 아닐까?

답: 고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죄를 고명하는 것이 버거운 짐이라 해도 고명해야 하매, 이는 천주의 가르침이요, 다른 식으로는 죄 사함을 얻지 못하는데다가, 그런 어려움은 많은 유익과 커다란 위안에 의해 보상받는 연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