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복된 오늘, 우리는 구세주이신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정에도 우리는 이미 성탄절이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자정은 우리 구세주께서 탄생하신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이 순간에 세상에 참 빛을 비추는 참 태양이 떠오릅니다. 바로 이 순간에 동이 트고 이 천상의 태양 광선이 어둠을 몰아냅니다. 그 어둠은 밤 동안 세상을 덮고 있던 어둠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덮고 있던 어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톨릭 세계에서 역일(曆日)이 자정에 시작하는 것이고, 참 빛이 탄생하신 해부터 연도를 세는 것입니다. 이 빛이 하도 밝게 빛나서 비 가톨릭 국가들마저 이 관습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우리 주님의 2025번째 성탄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성탄절에 대해 특기할 또 다른 점은, 오늘 모든 사제는 3대의 미사를 드릴 수 있고 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미사는 봉독할 말씀과 경문이 서로 다릅니다. 한 대는 자정에, 한 대는 새벽에, 한 대는 낮에 드립니다. 왜 그럴까요? 왜냐하면 오늘은 예수 그리스도의 삼중적 성탄을 찬미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삼중적 성탄이란 무엇일까요? 한 사람이 하루에 세 번 태어나기라도 한다는 걸까요? 이제부터 살펴봅시다.
첫 번째 성탄은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취하시어 시간 안에서 사람으로 나신 것을 말합니다. 이 성탄에 대응하는 것이 자정미사입니다.
영원으로부터 예견된 순간이 도래했습니다. 마리아는 최고의 순간이 왔음을 감지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지극히 순결한 태중의 아기는 유리 조각을 관통하는 빛줄기를 뿜어내셨습니다. 아기가 나오셨고, 그분의 어머니 앞에서, 구유에서, 어머니를 향해 두 팔을 뻗으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특별한 탄생 방법은 탄생과 관련된 두 사람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습니다:
• 먼저 어머니입니다. 원죄의 얼룩 없이 잉태되셨고 그러므로 에와 그리고 모성이 관련되는 한 다른 모든 어머니들에 대한 벌을 받을 만한 이유가 없는 분이십니다.
• 그리고 아드님입니다. 천주시며 사람이신 분, 혈기로 조차 남도 아니요, 육욕으로 조차 남도 아니요, 남자의 정욕으로 조차 남도 아니며, 오직 성신의 그느르심과 성총을 말미암아 나신 분이십니다.
그분께서 사람으로 나시자마자 거룩한 천신들이 수많은 별처럼 하늘을 가득 채우고 사람이 되신 창조주를 현양했습니다.
하늘에서 허다한 천신들이 찬송했다면, 그분을 현양한 사람들은 왜 그렇게 적었을까요? 사람들은 잠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태양이 없는 물질적인 밤이 아니라 영적인 밤입니다.
이 영적인 밤에는 두 종류의 사람만 있습니다: 먼저, 범죄하기 위해서만 깨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죄가 낮에 범해집니까. 그러나 야음을 틈타서 마치 천주께서 낮의 빛이 없으면 못 보시기라도 하듯 밤에 범해지는 죄는 얼마나 더 많습니까.
그리고, 천주를 완전히 망각한 채 잠들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것은 지적인 망각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유데아인들은 바빌론 유수에서 돌아온 이후로, 마카베오의 전쟁 이후로 이미 어느 정도 교훈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 교훈은 천주와 참 종교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과 경신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데아인들은 그 당시에 일부 예언이 성취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그들의 망각은 실천적인 망각이었습니다. 종교를 갖고 있고 종교를 이행하고 있다며 자랑한 이들은 많았지만, 종교를 삶으로 사는 이들은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평화의 군왕, 하늘과 사람 사이에 평화를 가져다 주시기 위해서 오신 분을 맞이하기에 맞갖은 사람이 그토록 적었던 것은 이 영적인 밤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째 성탄은 성세를 받은 모든 영혼들의 마음에 그리스도께서 영적으로 나신 것을 말합니다. 이 성탄에 대응하는 것이 새벽미사입니다. 이는 사실상 신덕의 면에서 우리의 아버지 격인 목동들의 마음에서 일어난 성탄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낮추신 천주, 아기가 되신 천주를 받아들이고 사랑합니다.
그들에게 성세의 인호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 똑 같은, 아니 어쩌면 더 큰 신덕을 갖고 있었고 우리와 똑 같은, 아니 어쩌면 더 큰 성총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순직한 마음과, 그들이 그 즉시 베들레헴의 동굴로 가서 포대기로 싸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를 뵙고 조배드렸다는 사실은, 그들이 천주께 대한 실천적인 망각에 빠지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그들은 천신들이 찬양하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지극히 높은 데서는 천주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마음이 좋은 사람들에게 평화함이로다.” 마음이 좋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마음에서 죄의 더러움과 죄에 대한 애착을 씻어냈고, 겸손으로 순직해졌음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영혼이 정화되었고 육욕과 혈기의 노예에서 해방되었으며 죄 많은 인간으로서 갖고 있던 모든 것을 포기한 후에, 말씀이신 천주, 어두운데 비치고 있으나 어두움이 용납지 아니 하는 그 빛에 마음을 열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태어나고 천주로 조차 태어납니다. 그들은 천주 성자께서 그러하셨듯이 이 신비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신덕을 통해서, 그리고 가톨릭 신자로서 성총과 성사를 통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오래 전부터 교회가 성탄절에 즈음해서 신자들에게 부활절과 마찬가지로 고백성사를 보고 영성체를 할 의무를 지운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성탄 축일에 나의 합당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구세주를 내 집에 모시는 일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베들레헴의 주민들이 “미안하지만 내 집에는 방이 없소.”라고 하면서 그분께 했던 취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하물며 그분을 죽이려고 했던 헤로데처럼 영해 예수를 박해하고 죽이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의 경우에는 물질적인 칼이 아니라 죄의 칼을 쓰는 것이지만요. 이는 성 요왕의 복음 말씀을 반복하는 문제입니다: “그분께서는 본 땅에 오시되 그 백성이 영접치 아니하였다.”
세 번째 성탄은 성자께서 성부의 품 안에서 영원히 나신 것을 말합니다. 이 성탄에 대응하는 것이 낮미사입니다.
강생하여 사람이 되신 말씀은 천주 성자이십니다. 그분께서 천주 성자이신 이유는 영원으로부터 천주 성부로 조차 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너는 나의 아들이니, 나 오늘 너를 낳았노라.” 천주께서는 있는 분이십니다. 천주의 존재, 천주의 무한하신 행복, 천주의 행동 또는 행위, 천주의 신성하신 생명은 하나요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천국에서 우리가 누릴 영원한 행복은 우리가 천주의 신성하신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고, 우리의 영원한 행복은 성부로 말미암은 성자의 이 영원한 세대에 대한 비전과 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것은 우리가 성총을 인하여 천주의 자녀가 되지 않고는 불가능하고, 결국, 본성상 천주 성자께서 성화성총을 인하여 우리의 마음에서 나시고 생활하지 아니하시면 불가능합니다.
천주 성자께서는 상처받기 쉽고, 죽을 운명의, 순박한 아기로 나셨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겸손함과 순박함을 배울 수 있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표리부동하지 않은 마음을 가질 수 있기 위함입니다. 왜냐하면 오로지 이 방법으로만 우리는 자신의 나약함과 궁핍함과 비참함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 아기가 되신 것은 우리가 거울을 보듯,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볼 수 있기 위함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분께서 우리 안에 영적으로 나시고 생활하시기 위해, 따라서 우리가 그분의 신성한 생명을 나눠 갖고 그분의 영원한 성탄을 관상하기 위해, 즉, 그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첫째로 필요한 성향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