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자매 교우 여러분, 2주 전 우리는 주일미사 강론을 통해, 예수님의 육화/강생과 관련한 성모님의 신비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천주님의 모친 신비였습니다. 천주님의 뜻에 의하여 천주 성자의 강생을 이룩할 그 어머니로 간택받으셨고, 이 천주의 모친 자격으로 인하여 다른 신비들 역시 수반되었습니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무염시태, 성총의 충만하심, 평생 동정의 삶 등에 대한 내용을 함께 다루어 보았습니다.
오늘 강론은 이 내용에 대한 연속편인데요. 구원사업에서 성모님의 공동구속자(Co-Redemptrix)로서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 구원사업(Redemption)과 연관된 성모님 관련 신비들 : 공동구속자(Co-Redemptirx)
1) 구원사업 협력의 시작
7월과 8월에 미사 참석하러 오셔서 강론 들으셨던 분들은 기억하실텐데요, 그 때 우리는 십자가상 희생제사가 우리의 구원을 어떻게 이룩하는 지에 대하여 알아보았죠. 그 중 첫 강론에서 천주님의 창조사업 계획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었는데요. 인류의 첫 조상인 아담은 천주님의 생명을 지닌 채로 창조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중대한 사명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바로 천주 생명을 지닌 자녀를 세상에 낳아 천주 자녀의 후손 세대를 마련 & 천주 자녀의 공동사회를 구축하며, 최종적으로는 천주님의 왕국을 세상에 실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원죄로 인하여 이 사명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온 인류가 천주님과의 원수 관계에 처하게 되었고, 영벌의 운명을 맞이해야만 하는 비참한 처지로 전락했음을 알아보았습니다.
구속사업은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자, 원조가 실패했던 그 사명을 성취함인데요.
먼저 인류를 그 비참한 처지로부터 회복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죽음을 통해 예수님께서 인류에게 천주님의 생명을 다시 얻어주셨으며, 죄에 대한 보상을 천주께 바치셨고, 악마의 종살이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예수님 혼자서 이룩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업에 요구되는 준비 과정뿐 아니라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성모님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습니다.
- 먼저 원조가 실패했던 사명 관련 내용입니다.성모님께서는 인류 가운데서 이 사명을 수행한 첫 여인이셨으며, 뿐만 아니라 가장 완벽하게 이를 수행하셨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천주 생명을 지닌 인간을 세상에 낳으신 것이 아니라, 천주님이신 분 자체를 세상에 낳으셨기 때문이죠.
- 또한 성모님께서는 인류 구원을 위한 구속사업에 있어서도 예수님의 전 생애와 그분의 수난에 아주 밀접하게 협력하셨습니다.
2) 공동구속자(Co-Redemptrix)로서의 성모님의 전 생애
(1) 수태고지 - 성모님의 ‘피앗(fiat)’ (“네 말씀과 같이 내게 이루어지이다”)
예수님을 잉태하셨던 수태고지(the Annunciation)를 한 번 살펴봅시다.
- 예수님의 육화/강생은 인류 구원 계획에 있어서 발판이 되는 그 시작점이었습니다. 천주님께서 사람이 되고자 하시는 이 계획에, 성모님께서 순종의 응답을 하지 않으셨다면 예수님의 육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십자가상 희생제사의 죽음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인류의 구원계획은 물거품이 되는 것입니다. 인류의 구원이, “네 말씀과 같이 내게 이루어지이다.”하는 이 성모님의 말씀에 달려 있었던 것이죠.
- 이뿐만이 아닙니다. 성모님의 이 응답, 이 피앗(fiat)의 응답에는, 단순히 예수님 육화에 대한 동의만이 담겨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육화가 내포하는 그 목적과 사명 등 이에 수반되는 모든 것에 동의하시고 품으셨던 것이었습니다.예수님의 육화/강생은 인류 구원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고, 인류에게 구원이 필요한 이유는 죄로 인해 타락한 비참한 처지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비참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선(good)과 성총들을 얻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수고와 행적, 고통의 감수 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성모님의 저 응답, 단순한 말씀 안에는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성모님의 결정, 의지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성모님께서는 인류구원의 사명과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모든 고통들을 함께 ‘잉태’하신 것이고, 이 모든 고통들을 통해 새로이 태어나게 될 모든 영혼들까지도 함께 ‘잉태’하신 것입니다.
(2) 성모님의 온 생애 - 구원사업 협력의 삶
이처럼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신 것은 단순한 한마디 응답에 지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구원사업의 모든 것이 달려 있었고, 성모님께서는 천주님께 대한 사랑과 인류 영혼들에 대한 사랑으로 기꺼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러나 공동구속자로서의 성모님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온 생애 동안 자신의 뜻을 천주님의 뜻에 일치시켜 희생으로서 봉헌하셨고, 그분 뜻에 끊임없이 순종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이에 더불어, 예수님께서 겪으신 수난과 고통에도 함께 참여하셨습니다. 바로 영적인 방식을 통해서입니다. 영어로는 Compassion이라고 하는데 ‘함께 고통받다’라는 뜻입니다. 한글로는 ‘연민’이라는 단어로 번역이 되는데요, 원 용어의 의미를 담기에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단순한 동정과 연민의 정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서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성모님께서 늘 예수님 수난에 참여하신 것 중에서 특별히 7가지를 천주교 교회에서는 ‘성모칠고 (Seven Sorrows of Blessed Virgin Mary)’라는 이름으로 기리고 공경합니다.
이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1. 예수님 탄생 후 40일째 성전 봉헌 때에, 시메온 예언자의 예언:
“여기 있는 이 아기는 이스라엘 중 많은 사람의 망함도 되고 흥함도 되실 것이요, 또한 거스르는 바탕이 되시리니,
장차 칼이 네 마음을 찔러 사무치매, 이에 많은 사람의 심중에 감추였던 생각이 드러나리이다.” (루까 2:34~35)
2. 헤로데의 유아 대학살을 피하기 위해 이집트로 피난가심
3. 성전방문 후 예수님을 사흘간 잃으심
4. 십자가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만나심
5.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
6. 예수님 시신을 팔에 안으심
7. 예수님 시신을 무덤에 안치함
(3) 십자가상 희생제사 – 구원사업 협력의 정점(Climax)
구원사업에 대한 성모님의 협력은, 예수님의 십자가상 희생제사 순간에서 그 정점을 맞이합니다.
세상에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시기 위하여 예수님께서 이 순간에 가장 극심한 고뇌와 고통을 겪으신 것처럼, 이에 상응하여 성모님께서도 이 고통을 함께 겪으셔야 했습니다.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다른 이들이 이를 잘 알아차리지 못할지언정, 성모님의 영혼은 극도의 비통으로 가득 찼습니다.
두 분의 수난과 고통을 통해 비로소 새 인류공동체의 시작이 이루어집니다. 천주님 성총의 생명으로 쇄신될 새 인류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성모님께 말씀하십니다. “여인이여, 이는 네 아들이니라.” (요왕 19:26)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이는 네 모친이시니라.” (요왕 19:27)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 사도 성 요한에게 하신 말씀)
이로써 성모님께서는 새 이브(에와)로서의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셨습니다. 구원사업 협력의 사명을 이룩하신 것이죠. 그리스도의 영적 후손 세대들의 첫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어머니가 자녀를 출산할 때 그 자녀의 머리만 낳고 그 머리의 지체들은 낳지 않는 경우는 없듯이, 성모님께서는 전체 그리스도(‘Totus Christus’ –the Whole Christ)의 어머니, 즉 그리스도를 그 머리로 하고 세례받은 신자들이 그 지체가 되는 그리스도 신비체(Mystical Body of Christ), 가톨릭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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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자매 교우 여러분, 오늘 우리는 구원사업 협력자로서 성모님의 역할과 그분의 생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1) 성모님께서는 천주 성자를 세상에 낳으심으로서, 인류의 첫 조상이 실패한 사명을 만회하여 이룩하셨으며,
2) 당신의 전 생애 동안 예수님의 구속사업 협력자로서, 공동구속자로서, 새 이브(에와)로서 충실한 삶을 사셨습니다.
- 수태고지 때 예수님만 품으셨던 것이 아니라 그분의 구원사업의 사명 성취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함께 받아들이셨으며
- 의지의 희생과 끊임없는 순종, 수많은 통고와 영적 비통들을 천주께 늘 봉헌하는 삶을 사셨으며
- 갈바리아 십자가 곁에서 구원사업 협력의 정점을 이루어내심으로써 새 인류의 첫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천주님의 계획과 섭리에서, 성모님의 위대한 업적들과 생애들이 잘 알려져 마땅한 공경 받으시는 것이 지당함에도 불구하고, 성모님 당신께서 지극한 겸손으로 평생을 사신 이유로, 또 사람들의 관심 부족으로 그렇지 못한 것이 현재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 살펴본 공동구속자로서의 성모님의 삶에 대한 깨달음과 확고한 이해를 소중히 간직하여, 진심어린 마음으로 성모님께 감사와 사랑을 봉헌합시다.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엄청난 통고의 대가를 지불하셨고, 영적으로 우리를 친히 낳으셨습니다. 그분의 효성스런 자녀로서, 세상 속에서 또 하나의 공동구속자로서 모든 영혼들의 구원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직도 만연하고 있는 수많은 죄들로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받고 계신 성모님의 하자없으신 성심을 늘 위로해 드리며, 그분께서 바라시는 것을 이루어 드리기 위하여 매 순간 우리의 삶을 바쳐 올립시다.
“(예수께서) 제자에게 이르시되, “이는 네 모친이시니라.”하시매, 그 때부터 제자가 성모를 자기 집에 모시니라.“ (요왕 1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