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 (Vocation) - 부활 후 제3주일(2025. 5. 11)

 1) 보편 성소

- 여러분 한 분 한 분은 여러분만의 성소 이야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천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르심이 어떤 부르심이죠? 바로 천주님 당신의 자녀가 되는 부르심, 이 땅 위의 천주가 되라는 부르심, 그리하여 천국에서 그분과 함께 영원히 사는 부르심입니다.

- 천주님의 아들 딸이 되도록 하는 이 위대한 부르심에는, 한 가지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 바로 우리들의 자유의지입니다. 천주님의 이 부르심에 대해 자유의지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 이 자유의지는 우리에게 이처럼 중요한 것일 뿐 아니라, 또한 천주님 당신에게도 중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천주님의 이 의지가, 당신 안에서 누리시는 천주님의 생명의 비밀이기도 때문입니다. 천주님께서 누리시는 그 지극한 행복, 영원한 행복의 

비밀말입니다.·

* 사실, 모든 창조사업이 바로 이 천주님의 비밀을 반영하여 이뤄졌습니다. 천주님의 뜻, 삼위일체의 사랑의 반영입니다.

 - 그렇기 때문에, 창조된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법은 이 애덕, 사랑입니다. 그런데 이 사랑은 자유의지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랑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스스로를 온전히 내어주는 ‘전적인 자기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외부의 그 어떤 강압이나 강제에 의해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자유의지로부터만 빚어질 수 있습니다.

 2) 사제 성소

- 그러나, 천국으로 가는 우리의 성소를 이룩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또 한 가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 어떤 선한 뜻을 가지고도 천국에 이르기 위해 평생을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천국에 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 바로, 사제직입니다.·

*사제직은 인류가 천국에 도달하는 계획의 중심이자 핵심요소입니다.

 

- 참 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 없이는 구원사업은 불가능했으며, 아무도 천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날 수 없고, 아무도 천국으로 갈 수 없습니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구원사업을 당신의 사제들을 통해 계속해 나가시며 영속시키십니다. 그러므로 사제들이 없이는, 구원사업은 계속될 수 없습니다. - 그러므로, 사제성소는 천주님께서 온 정신과 마음을 다해 신경쓰시는, 그분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3) 천주님께서 부르시는 방식

- 사제직으로의 부르심이라는 이 가장 중요한 사업에 있어서, 참으로 의아하게도, 천주님께서는 성소자들에게 지극한 자유를 허락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성소자가 이 성소를 택하도록 강압하시거나 구속하시는 법이 절대 없이, 성소자의 자유가 그 어떤 면에서도 침해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십니다. 

* 그분께서는 전능한 분이심에도 불구하고, 당신 친히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에 대해 전적인 권리를 지니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닌 자유의지를 굉장히 존중하십니다. 왜냐하면 이 자유의지가 당신의 계획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3. 결론

-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특히 성소에 대해 고민해 본적이 있는 성소자 여러분들게, 이 강론을 주의깊게 듣고 마음에 새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세상에서 살다보면 많은 걱정거리와 유혹들로 인해 천주님께서 부르시는 그 음성을 듣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분의 음성을 알아 듣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분의 양들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양을 알고 내 양도 나를 알지니라.” (요왕 10:14) 

성소에 대해 사탄이 속삭이는 말에 절대 귀기울이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한편으로는 세상의 편안함과 쾌락을 포기하지 못하게 유혹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성소를 감당치 못할 무거운 짐처럼 여기게 유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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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 강론을 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실 안에 계신 성체를 한 번 바라보시죠. 무엇이 보이시나요?

우리의 육안으로는 한 조각의 빵이 보일 뿐입니다만, 우리의 신덕 · 믿음으로는 천주님을 바라봅니다. 

어떻게 해서 이 빵조각이 천주님이 될 수 있었나요? 물론,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는 천주님의 전능하신 능력과, 이 빵을 축성하고자 하시는 그분의 뜻에 의해서 그렇게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자명한 사실을, 천주님의 입장에서 말고, 이제는 빵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했기에 이 빵은 천주님이 될 수 있었을까요?

빵 조각이 천주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빵 안에는 천주님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가 단 하나도 거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빵을 또 다른 천주님 자신으로 만들고자 하는 천주님의 뜻, 이 빵이 천주님이 되게 하고자 하는 천주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빵 자체는 생명체가 아니고, 더구나 그 어떤 자유의지도 지니지 않기에, 천주님의 행위를 거스르는 것이 (애초부터) 있을 수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 빵이 천주님의 행위를 거스르지 않는다는 사실, 이 단순한 사실 하나가, 빵조각이 천주님이 될 수 있게 한다면, 여러분이 또 하나의 천주로, 또 하나의 예수 그리스도로, 천주님의 사제로 되기에 여러분 각자는 얼마나 더 맞갖은 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얼마나 더 큰 사랑을 천주님께로부터 받고 있습니까?

천주님께서 여러분의 성소에 대한 응답을 들으시기 위해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시는지요? 천주님께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여러분의 그 결정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리고 계신지요? 

미사 중 성변화 축성 부분 때, 예수님께서 사제를 통해 하시는 이 말씀은, 단지 제병 조각과 포도주에게만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여러분 각자에게도 직접적으로 하시는 말씀입니다 : “이는 내 몸이니라, 이는 내 피이니라.”

- 성소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과, 이에 대해 많은 걱정을 지니고 계신 모든 분들께, 또한 그런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은 이 고귀한 성소의 여정에서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성비오10세회 모든 회원들의 기도와 희생이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우리 모두가 함께 이 여정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각자의 이 고귀한 성소, 천주님의 부르심을 절대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천주님이 되라고 불림 받았습니다천주님의 자녀, 그분의 사제, 살아있는 성체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우리의 온 생애는 이 성소에 대한 응답의 과정입니다.

“천주께서는 이 돌들 중에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일으키실 수 있으시니라.” (마테 3:9)

“나 마땅히 내 양들을 인도하매, 그들은 내 말소리를 들을 것이요, 또한 한 우리 되고 한 목자 되리라.” (요왕 10:16)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