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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치비타스 제58호(2012년 1월 29일 발행)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1-05
첨부파일 치비다스_제58호.hwp

 

 


치비타스 제58호 Editorial 

 

사랑하올 형제 여러분!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2년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더 사랑하는 한해가 되도록 결심합시다.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님을 사랑하사 참으로 진복한 해가 되도록 합시다.


2011년 3월 25일은 르페브르 대주교님 서거 20주년이었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한국성비오10세회 출판부는 한국어판 르페브르 대주교님 전기《마르셀 르페브르》를 출간합니다.


이 책을 출간하면서 부끄럽지만 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1991년 대주교님이 서거하실 당시에 저는 스위스 에콘 신학교의 신학생이었습니다. 대주교님의 모습이 생각나는군요.


20년 전 성 마르셀 첨례날인 1월 16일 아침, 공동체 미사 후,  대주교님에게 면회를 청했습니다. 그때 저는 대주교님이 2개월 후에 돌아가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성비오10세회 설립자이신 대주교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전에도 대주교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미사 때 복사를 한 적도 있으며, 같은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한 적도 있지만, 대주교님의 영명축일을 맞아 특별히 감사한 마음을 꼭 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 원의가 너무 커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유를 밝히자면, 세상이 이렇게 넓어도 여기 에콘의성비오10세회 신학교만이 우리 신학생들이 천주교회의 거룩한 전통, 즉 성전(聖傳)과 성전을 통해 전달된 신앙을 그대로 배우고, 믿고, 실천하고, 생활할 수 있는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르페브르 대주교님이 천주교 성전(聖傳), 성전에 따른 신앙만을 바라셨기 때문이요, 당신 생각으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신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천주교 신앙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우리 신학생들에게 거룩한 로마 가톨릭 교회에 대한 사랑과 미사성제에 대한 신앙과 교도권에 대한 충성심과 성모께 대한 신뢰를 전했습니다. 그러므로 저에게는 에콘 신학교가 이 땅에 내려온 가장 아름답고 귀한 보석, 한없이 소중한 보배로 보였습니다.


1991년 1월 16일 아침 미사와  아침 식사 후, 성비오10세회의 설립자와 면담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대주교님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더니, 벌써 다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지금은 그분이 돌아가셨지만, 연로하신 베네딕타 수녀님이었습니다. 수녀님이 자리를 비우자, 저는 방안으로 들어가서 대주교님의 앞에 앉았습니다.

 
먼저 대주교님에게 영명축일 축하 말씀을 드리고 나서 감사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대주교님, 저는요, 에콘 신학교가 하늘로부터 이 땅에 내려 온 보석처럼 지극히 귀중한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저의 말을 들으시더니, 대주교님은 싱글벙글하셨습니다. 이어서  “어떤 면에서는 천주교회에 신앙의 위기가 있다는 게 오히려 천주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덕에 제가 대주교님을 알게 되었고 에콘 신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대주교님은 내 말뜻을 잘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교회의 현상에 대해 몹시 한탄하셨습니다. 대주교님은 슬픈 얼굴로 “다른 사람들이 왜 다 바꿔버렸는지 나는 모르겠네. 난 단지 로마 대신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하고 있을 뿐인데.”라고 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대주교님이 그런 분이시라는 걸, 그때 나는 딱 깨달았습니다. 천주교회의 선(善)만을 생각하고, 천주교회가 2000년 동안 해온 것을 그대로 전하며, 남들이 뭐라고 해도 계속 그대로 전하는 것, 이것이 대주교님이 원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하늘로부터 이 땅에 내려 주신 보석, 에콘 신학교를 만드신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그런 분이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2007년 7월 7일에 자의교서 〈SUMMORUM PONTIFICUM〉을 발표하고, “과거의 사람들에게 거룩했던” 전통미사는 “우리에게도 계속 위대하고 거룩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갑자기 전부 금지되었다고도, 유해한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우리 모두 교회의 신앙과 기도 안에서 자라 온 이 보배를 지켜, 맞갖은 자리를 돌려준다.”고 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자서전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교회의 위기는 전례 붕괴가 원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것은 ‘마치 천주께서 계시지 않기라도 하다는 듯한(Deus non daretur)’ 원칙을 따라서 실행한 변혁의 결과이다.”라고 말씀했습니다.


교황님이 그런 말씀을 하기 전에는, 새미사가 발표된 40년 전에 천주교의 그런 신앙의 유산을 지키면서 맞갖은 자리를 찾아 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한 성직자는 한 명, 세상에서 거의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성전(聖傳)에 따른 전통 미사뿐만 아니라 성전에 따른 천주교 신앙을 계속 그대로 지켜 우리에게 전해 주신 위대한 대주교님이 계셨습니다. 바로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님입니다.


변치 않고 없어지지 않는 천주교 신앙을 몸소 실현하시고, 천주교회가 2000년 동안 지켜 온 성전을 계속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주교님이 있다면, 그 분은 틀림없이 성전에 순명하기 위하여 ‘불순명’한 르페브르 대주교님일 것입니다. 당시에 폐지되었다고 잘못 간주된 성전에 따른 미사를 공공연하게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유일한 고위 성직자는 성비오10세회를 설립하신 르페브르 대주교님입니다. 천주교회가 2000년 동안 드려 온 전통 미사를 날마다 제대 위에서 봉헌하고 전력을 다해 우리에게 전해 주신 분은 르페브르 대주교님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천주교 정통 사제직과 전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신 대주교님이 계셨기 때문에 그리고 천주교 신앙과 천주교의 성사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우리에게 전하기 위하여 명예도, 생명도 다 바친 대주교님의 슬기와 굳셈 덕분에 2007년 7월 7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도 전통 미사의 정당성을 발표할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에 대해서 좋게 말하는 사람이든,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든  천주교의 성전(聖傳)을 말할 때에는 그동안 르페브르 대주교님이 했던 일을 이야기해야 하고 또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주교가 천주교로 있는 이유, 즉 천주교의 핵심과 본질은 영원히 그 성전(聖傳)입니다. 성전 없이는 천주교가 있을 수 없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이 천주교 성전과 분리할 수 없는 분입니다.


우리의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왜, 새미사를 지지하지 않고 전통 미사만을 계속 바쳤을까요? 여러 답이 있겠지만, 새미사를 자세히 연구한 오타비아니 추기경이 쓰신 보고서에 따르면 새미사는 그 라틴어 원본부터 천주교 전례라기보다는 오히려 현대주의 성격을 띤 에큐메니칼한 예식이기 때문입니다. 에큐메니즘, 이것은 모든 종교가 똑같다는 사상입니다.  막시밀리아노 콜베 신부님은 이미 1933년 4월 25일 일기에서  “에큐메니즘은 하자 없으신 성모 마리아의 원수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왜냐하면 에큐메니즘은 ‘어떤 종교도 괜찮다. 믿기만 하면 종교는 다 괜찮다.’는 오류로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왜, 천주의 외아들, 천주의 영원히 슬기이신 말씀이 사람이 되사 우리를 위해 십자가의 수난을 받으셔야 했을까요? 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로 말미암지 아니코는 아무도 성부께 나오지 못하나니라.”고 하셨을까요? 왜, 사랑이신 천주께서 사람이 되사 당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고 하셨을까요? 왜, 성 베드로께서도 성신을 받아 “다른 어떤 이를 말미암아 구령하지 못하나니 대저 우리가 마땅히 구령하기 위하여 천하 인간에 다른 이름을 주신 것이 없음이니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이 진리이신 천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 베드로 위에 당신 교회를 친히 세우셨으니 이것이 천주교회입니다. 이 천주교회가 계속 해 온 것이 성전(聖傳)입니다.


천주의 사랑을 믿어 끝까지 성전에 따른 신앙을 지키신 대주교님 마르셀 르페브르, 신앙과 가르침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온전히 전해 주신 르페브르 대주교님, 천주교 신앙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신 르페브르 대주교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런 대주교님을 아무런 공로도 없는 죄인인 우리에게 주시고 언제나 천주교만을 생각하며 양선하고 겸손한 대주교님의 모습을 나의 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천주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므로 우리 대주교님 서거 20주기를 보내면서 대주교님을 직접 뵐 수 없었던 한국의 교우들에게 대주교님의 생애와 그 신앙이 전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많은 형제자매 여러분이 읽을 수 있도록 한국어로 번역한 이인숙 실비아 자매와 이 번역물 출판을 허락해 주신 티시에 드 말르레 주교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이 책이 출판될 수 있도록 도와준 형제자매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이 전기가 나의 귀하고 소중한 대한민국 교우 여러분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겠습니다.                          
                                           

오노다 토마스 신부(한국성비오10세회 주임사제)